참고사항 (29 JAN 2022): 인용구문을 먼저 넣었지만, 사실 해당 인용부분은 현재 드래프트로 잠자고 있는 글이다. 그래서 조금 이상한 구성이긴 하지만 일단 배경 설명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하에서 인용구문을 그대로 삽입하였다. 해당 글은 완성되는대로 업로드 할 예정이지만,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
아마도 예전 글에서 지식의 단위에 대한 언급을 간략하게 한 적이 있는 듯 하다. 중요한 포인트는, 지식 조각의 목적 혹은 용도에 따라 그리고 배경에 따라 지식은 다른 형태로 가공되고 압축되곤 하기 때문에, 지식에 있어서 그 배경적 속성을 배제하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게 주안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식의 단위를 점검하는 작업은 연구노트 관리에 핵심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단편적인 지식들이 모이고 서로 짜임새 있는 구성을 하고 있노라면, 결국 최종적인 성과로 이루어지는 지식은 아주 강력한 선형적 흐름으로 일관적으로 구성된 문헌이 된다.
현재 Draft버전으로 잠자고 있는 글에서 배경 설명만 가져온 인용구문. 향후 업데이트 예정.
본인에게 효과적인 지식의 단위 조각을 구성하고 활용하는것은, 지적 생산활동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때 지식의 단위 조각은 해당 지식의 배경적 요소들에 크게 의존한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지식은 그 배경과 목적에 맞게끔 압축, 가공되어 전달되지 않으면 그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글을 적게 되더라도 목적과 대상 독자의 구성을 짐작하지 않는다면, 글을 쓰는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형태로 내용이 전달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여기에 필자가 남겨놓는 글들인데, 나 자신이 미래의 독자라 생각하고 쓰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기에, 가끔 문체가 존대표현과 스스로 남기는 메모에 쓰이는 표현이 섞여있곤 하는데,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글 내용 전개에 대한 배경 설명이 생략되곤 한다. 이는 가상의 독자는 필자 자신이거나 혹은 주제에 대해 배경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가정해서이다.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지식의 단위는 결국 그 지식이 놓여지는 맥락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지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식의 단위를 구성할때 어느정도 수준으로 기술해야 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필자는 위키피디아를 자주 활용하는데, 의외로 전문분야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비전문가가 알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한 내용이 많기때문이다. 이 때 각 꼭지를 읽다보면, 의외로 각 배경지식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는 그 해당 항목의 내용 자체가,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기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매우 간단한 이유가 있는데, 비슷한 내용이 각 항목별로 기술되어 있으면 ‘같은’ 내용이 되더라도 중복의 문제가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 되기에 비슷하면서 ‘파편화’된 내용으로 흩어지면서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자주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위키피디아 항목들을 보면, 굵직한 내용을 중심으로 거기서 조금 더 현재 항목에 해당되는 내용을 강화하거나, 다른 맥락적 정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첨부되곤 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Wikipedia의 분류를 한번 보도록 하겠다. 만약 continuum mechanics항목을 본다면 내부적으로도 맥락적 정보가 주어져 있는데, 적절한 링크와 함께 어떻게 fluid / solid mechanics와 연결되어있고, 필자의 전공분야인 rheology와의 연결점도 어느정도 나타나 있다. 페이지 제일 하단으로 가 보면 여러 연결고리가 “physics”와 “tensor”등으로 구분되어 나와 있고 그에 덧붙여 조금 상위적인 구분 개념으로, Categories 항목에서 continuum mechanics와 classical mechanics로 구분되어 있다. 이 위키의 분류를 따르자면 continuum mechanics라는 항목은, continuum mechanics의 제일 상위항목으로서, 그 자체도 physics 그리고 tensors라는 더 상위항목의 한 맥락의 구성원이다. 물론 이러한 자세함은 해당 항목이 여러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기여해서 만들어진 완비성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내용을 갈라서 각 하위항목으로 구성하는 형태로 일종의 ‘중립적’ 지식고리로 만드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상위항목에 중심을 둔 채로 하위항목에서는 상위항목에서 공통적으로 기술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거나 참조하고, (만약 있다면) 또 다른 맥락적 정보를 이용하여 예외나 특이점을 추가기술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 예시를 요약해보면 지식은 하나로 동떨어져 있지 않고, 어떠한 맥락에서 기술되는데, 연결된 지식의 항목들은 조금 상위의 항목에서 공통적인 면을 강조하여 기술된다. 각 항목 내부에서도 작은 섹션으로 나뉘어 비교적 선형적이자 절차적인 논리적 구조로 설명이 진행된다. 이 위키피디아의 예시는 사뭇 당연해 보이고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왜 각 지식의 고리에 일종의 ‘중성화’작업을 해서 모두 분리하지 않는 것일까? 다시말하자면, 각 모든 작은 항목으로 분류한다음에, 상위항목에서는 이를 참조하는 형태로 구성하지 않는 것일까?
필자는 맥락 그 자체가 중요한 지식의 전달 매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가 어떠한 책을 볼때, 책의 저자와 목차에 대해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책의 내용을 예상할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이 제공해주는 정보의 전달력은 매우 뛰어나서, 이를 중성화된 지식의 고리로 풀어냈을때는 지식 단위의 압축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지곤 한다. 결과적으로, 위키피디아에서 한 항목의 상위항목에 있는 내용 수준으로 모든 지식을 풀어낸다고 예상하면 된다. 개인이 되든 단체가 되든, 제공할수 있는 노력의 수준은 한정되어 있기에 결과적으로 지식 단위의 압축율과, 지식의 전달력은 그 개인 혹은 집단의 지적 생산성을 바꾸곤 한다. 물론 어떤 활동의 성격 (이 역시 맥락적 / 배경적 속성)에 따라 지식 고리의 독립성이 커져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철학적 요소는 일견 비슷한 맥락으로 잘 묶어놓더라도, 또 다른 맥락으로도 기술할수 있는 속성이 있기에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아마 또 다른 글타래를 한 번 더 열어보지 않을까.
이제 그 관점을, 개인이 소수의 독자를 위해 운영하는 이곳 (특히 공방)으로 옮겨볼 시간이다. 위키피디아는, 그 특징 자체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매우 큰 규모의 지식구조를 가지고 있다. 굵직한 항목 혹은 맥락에는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 기여하곤 한다.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필자가 만든 이 공간과 같이 매우 제한적인 노력 수준으로 특별한 목적을 가진 소수의 독자만을 타겟을 한 채 운영되는 지식 저장소를 생각해보면 그 구성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것을 인지한다. 먼저, 여기의 글들은 비전공적 글쓰기를 내세운다. 대부분의 항목들은, 필자의 취미활동 영역이면서, 전문분야의 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에 해당된다. 글의 항목을 본다면, 이러한 지식 관리의 철학이나 개인이 사용하는 방법론, 혹은 디테일한 설정관련된 부분들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가끔은 필자가 참고하기 위해서, 망각을 경계하기 위해서, 혹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구성된다. 이러한 ‘배경적’ 설명이 주어진다면 여기의 일반적이지 않은 약간은 위키적이면서 약간은 블로그같이 주어지는 템플릿의 설정이 조금은 이해될 수 있을 듯 하다. 덧붙여, 각 항목에서 주어지는 전문성은 없다시피 하므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지식고리라 할 수 있다. 이는, 이 글 자체의 구성과 내용 역시 배경설명을 위한 역할을 겸하고 있는 부분에서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제 관점을 더 확장해서 독자가 나밖에 없는 개인적이면서 전문영역에 해당되는 지식고리로 확장해보도록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필자의 연구노트는 여러 계층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이론연구를 하는 특징상, 손으로 적어놓은 내용을 스캔해놓은 것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조각들과, 디지털 노트로 간략간략하게 구성한 조각들로 혼재된 상태이다. (역시 맥락적 구성으로서 어느정도 프로젝트 기반의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는데 그러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나중에 새로운 글타래로 소개하겠다 – 링크-) 결과적으로 모두 디지털화되어있기에, 연구노트간에 상호참조도 어느정도 되어 있고, 만약 참조한 내용이 참고문헌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따로 구분해놓는다. 여기에는 다른 논문에서 가져온 각종 그래프를 내식으로 해석해놓은것도 포함된다. 이러한 연구노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연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보니 특별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므로 왜 해당 연구노트를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주된 업데이트를 언제 했는지에 대해 시작부분에 짤막하게 언질해 둔다. 여기에 맥락적 지식고리로서 연구의 중요한 부분들을 기술해주는데, 그 개개 항목의 길이는 중구난방이긴 한데, 특정한 이유없이 항목별로 A4용지 10페이지를 넘지는 않는 듯 하다. 물론 의도적으로 만든 특정한 포맷들은 매우 긴 내용을 가지곤 하는데 이는 예를들어 일자 혹은 절차적으로 기록된 worklog같은 부분인데, 모든 연구에서 사용하는것은 아니고 해당 연구 내용이 특정한 프로젝트에 속해서 어느정도의 기간적 요소가 필요한 경우이거나, 해당 연구내용중의 어떠한 영역에서 나의 기초가 부족한 경우에는 그 연구의 시간적 맥락을 대략적으로 기술해두는것이 향후 연구에서 함정에 빠졌을때 되돌아 보기 쉬운 시점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후속연구이면서, 내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연구들일수록 이런 시계열에 따른 맥락을 잘 남겨두지 않는데, 보통 한번쯤은 후회한다.
특정 목표가 어느정도 달성되거나, 혹은 어떠한 맥락의 구성이 점차적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하게 되면 되면 조금 더 굵직한 맥락을 바탕으로 중간단계의 연구노트를 구성한다. 이때부터는 편리한 데이터베이스 도구를 떠나, 본격적으로 Tex을 활용하는데, 이는 연구노트의 단계의 편의성보다는 엄밀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연구노트의 참조부분은 사라지고, 그 내용에 통합되거나 참고문헌부분으로 추가되게 된다. 또한 이런 중간단계의 연구노트는 상당히 ‘선형적’ 글쓰기로 구성되기 때문에 각 섹션별 논리적 연결고리가 강화된다. 보통 이 중간단계가 어느정도 진행되면 최종 결과물인 논문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경우마다 다르지만, 이러한 중간단계의 연구노트를 일종의 개인적 supplementary file로 생각하고 구성할때가 있기도 하고, 혹은 완전한 내부 참고자료로서 이후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서 참조할때 주의를 기할 문서가 되기도 한다. 이론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수학표기에 해당되는 알파벳 및 그리스 문자, 각종 심볼들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내가 경험적으로 익숙한 방법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게 일반적으로 이런 중간단계의 연구노트까지 반영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가, 너무 많은 심볼의 중첩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논문작업에서는 필자가 평소에 잘 안쓰는 방식으로 정의를 바꾸는 경우도 자주 있다. (또한 실질적인 논문작업은 개인적 연구의 맥락이 드러날 이유가 없기에 훨씬 논리적인 구성이 깔끔하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하여, 중간단계의 노트의 재참조성은 매우 떨어진다. (초기단계의 노트는 오히려 늘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에 구성되어 있고, 각 지식 단위가 작음으로 인하여 가독성 작업이 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간단계의 노트보다 오히려 가독성이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논문에 포함되지 않은 작은 구석의 보잘것 없어보이던, 그러면서 쓸데없이 디테일했던 계산이나 조금 결이 다른 논의등이 다른 연구를 하다가 종종 필요해 지곤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중간노트들은 최종 업데이트 날짜 및 주의사항을 첫장에 박아놓아서, 평소에 쓰는 데이터베이스에 넣어둔다. 나중에 참조사항이 있을때,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부분을 주의깊게 확인하면서, 다시한번 읽어보곤 한다. (그러고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각 내용의 정의 및 타당성등을 더 업데이트 해둘걸 하고 후회한다 – 그래도 있는게 어디야 -)
이 글의 시작은 지식의 단위조각이었고, 목표는 내가 사용하는 자료관리 시스템에서의 단위조각이었지만, 그 본질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압축되어있고 전달될수 있는지가 주가 되는 글이 되었는 듯 하다. 결론적으로, 나 개인이 쓰는 작은 지식의 단위조각은 그 배경을 두고 단위조각만 가져올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경우에도 무방한 단위조각을 만드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노력의 낭비’라고 느껴진다. 이는, 자료구조를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해서 오히려 실질적인 생산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닐까. 물론, 가끔씩은 전반적인 지식의 구조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또 다른 지식적 맥락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마무리로, 이러한 맥락적 구조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선형적 글쓰기의 중요성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논리적으로 잘 짜여진 선형적 글쓰기는, 우리가 대부분의 지식 전달체계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간혹 언급하기도 했지만, 한 번쯤 생각의 정리를 위해 글타래를 한 번 열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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