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용 MBP 15인치 (기본형, 2013 모델): 2014년 ~ 지금
2014년에 구입해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창 시뮬레이션관련 연구를 할때는, 집에서 데이터프로세싱하고 간단한 계산도 돌리고 여러모로 혹사도 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날라다니고 있습니다. 매우 단단한 느낌입니다. 스피커 문제없고, 인터넷 문제없고, 캠잘돌아가고.. SSD가 작은게 흠이라서, 가족 계정을 각기 만들어두었지만 막상 사진동기화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추억이 있는 컴퓨터이고, 아직도 잘 사용하다보니 앞으로도 아이들이 쓰는 컴퓨터로 활용할 생각이네요. 아래에 언급하는 업무용 맥북을 늘 집에 들고다니다보니, 막상 개인용 맥북을 제가 쓸 일을 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와이프나 첫째(5살, 친구들과 화상채팅)가 잘 활용합니다.
2. 연구용 Mac Pro (깡통형): 2014년 ~ 2017년
이제 스펙도 잘 기억안납니다만, 검은색 깡통형 맥프로를 사용했었습니다. 주로 슈퍼컴퓨터에서 계산하고 나온 데이터 프로세싱 + 슈퍼컴퓨터에 올리기전에 테스트 계산용으로 사용하곤 했지요. 집에서도 ssh (+tmux) 로 접속해서 작업올려놓고 했기에 여러모로 혹사를 많이 당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PU작업으로는 냉각효율이 제법 괜찮고 안정적이라서 매우 좋아했었네요. 이 때는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던 때이다보니 결국 큰 외장하드를 사용하고 (LaCie의 스탠드형), 기본으로 달려있는 ssd의 경우 지금 당장 처리를 많이 하는 데이터만 쌓아두었다가 처리가 된 데이터는 외장하드로 넘기는 형태로 작업했었습니다.
사실 이 전에 연구용으로 사용하던것은 HP 워크스테이션이었습니다 (Linux). 그래서 사실 2015년 전후만 하더라도, 저에게는 뭔가 연구용이라면 워크스테이션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매우 인텐시브한 계산은 그냥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맥북으로도 가능하게 되더군요. 맥 프로 워크스테이션의 사용은 그 기점에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3. 연구용 MBP 15인치 (고급형, 2017모델): 2017~ 지난주
연구용으로 주문했던 것이고, 개인적으로 터치바는 잘 사용했습니다. 다만, 약 3년동안의 사용동안 온갖 자잘한 문제가 많았고, 내심 해당 노트북은 컴퓨터를 혹사시키는 프로 사용자용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분야는 달라도, 프로 사용자분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혹사시키고는 하는데 디자인을 이쁘게 가져가려고 정작 내부 공간의 여유도를 너무 줄인것 같네요.
제가 겪은 문제의 핵심은 키보드 + 배터리였던 것 같고 그 증상은 아마 많은 맥북유저들이 알고있는 그것과 비슷할겁니다. 이런 키보드 문제는 (여러번 눌림 / 눌리지 않음), 개발자분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저에게도 매우 치명적이어서 연구실에서는 늘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하곤 했었네요. 터치바를 잘 활용하고 있던 측면에서 더 답답해서, touchbar server라는 프로그램으로 터치바를 화면에 띄워서 클릭으로 활용하곤 했네요.
원래도 열처리 능력이 떨어져서 터미널에서 parallel 커맨드를 쓰거나, OpenMP가 적용된 계산을 시키면 클럭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곤 햇었네요. 최근에는 내부에 먼지가 끼여서 그런지, 그래도 돌아가던 코드들이 쓰로틀링이 심하게 걸릴때 클럭이 거의 3-500MHz까지 떨어지는걸 보고 결국 새로운 연구용 노트북을 주문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자잘한 문제가 많았지만, 일단 제가 가지고 있던 연구용이라면 워크스테이션을 써야한다는 관념을 깨어준 머신이기도 합니다. 프로세서도 그렇고, 메모리도 16GB이면 본격적인 시뮬레이션은 아니라도 제법 간단한 계산은 돌릴만하고, 정상작동의 스펙이라면 사실 저렴한 워크스테이션이랑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니까요 (물론, 정상작동하면요..). 제 연구 분야도 시뮬레이션에서 이론연구로 넘어온 시점이어서, 실제로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이 커야 수십GB정도라서 이정도면 충분히 맥북으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4. 연구용 MBP 16인치 (고급형 + 32RAM, 2019모델): 지금
4-1. 인텔맥?
이 시기에 왠 인텔맥이냐 라고 물으실수 있으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업무용 제품은 그냥 잘돌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용 도구에 있어서, 반년후에 나올거라 예상되는 것과 지금당장 잘 돌아가는 것 사이는 비교대상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지금 차기 모델이 예상한 수준에서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당장은 아직까지는 다음에 기술할 이유들로 인텔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여러 편의성의 문제는 저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게, 재택근무를 하던 연구실에 가던, 어차피 전원연결을 하기 힘든 경우의 작업이 흔하지 않아서요. 어디 학회 및 세미나발표나 토론이 필요할때는 충전상태만 잘해놓으면, 두어시간은 기대할수 있으니까요. 특별히 일할때 절대정숙을 지향하지는 않는 편이라서 이륙하는 팬소리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저의 주된 사용환경상 (인텐시브 계산등) 적극적인 발열관리가 마음에 드는 편입니다. 오히려 팬 소리가 더 커지더라도, 맥북이 더 두꺼워지더라도 모든 프로세서를 활용할때 최종 클럭 타협점 (쓰로틀링에 의한)을 높이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많이들 받으시는 발열스트레스의 경우, 특별히 힘든 일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내부작업때문에 치솟는 온도와 팬속도인것 같습니다. 이런부분은 확실히 향후나올 맥북이 좋아 보입니다.
사실 저에게 정작 또 중요한 문제는 코드들의 의존성 문제입니다.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계산용 코드들은 제가 짠 것 외에도, 옛날에 누가 사용하던 코드를 다른누가 짜깁기한거를, 또 다른사람이 들고가서 쓰다준것도 있습니다. 가끔 한 함수내에 여러 방법론이 섞여있는걸 읽다보면 수정하기가 난감할때가 있는 코드이지만, 여튼 그걸로 박사과정한 친구들 데이터를 보면 제대로 사용하면 이론적으로 정확한 결과를 주는 코드입니다. 여튼 연구를 하려면 어떻게든 이런 코드들을 쓸수있게끔 해야할때가 많이있습니다. 기존의 인텔맥에서도 의존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제법 되는데, 사실 새로운 애플실리콘에서는 어떨지 시도해보기 전에 모두 알수는 없는 부분이고요.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데, 취미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생각은 있어도 제 본격적인 집중력을 소모하기에 적절한 주제는 아니지요.
큰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포팅이 된 듯 합니다만, 반면에 인텔쪽에서 나온 애들은 아직은 안 된 듯 하네요. 오래 icpc + mkl을 써오던 입장에서 이부분도 제법 치명적인듯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icpc도 사용을 못하고 있어서 (예전 버전의 command line tool을 찾아서 설치해야 할 듯 합니다) 임시방편으로 clang을 사용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애플실리콘 기반으로 넘어갈걸 생각한다면 차츰 개인적으로 만든 코드들을 g++/clang 과 MKL보다는 GSL쪽으로 넘겨야 할 생각인데 아직 저는 본격적인 컴퓨팅을 할때는 icpc/MKL을 스탠다드처럼 사용하곤 해서 시간을 두고 봐야 할 듯 하네요.
4-2. 2017년모델과 무엇이 다른가?
재택근무하다가, 노트북 수령하러 간만에 연구실갔다가 동료한명 새 노트북을 보고 (우스갯소리로) 외향적으로 뭐가 바뀐건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이프역시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네 맞습니다. 외향적으로는 사실 거의 비슷합니다. 더더군다나 저는 실버만 사용하기에… 새로 받은 맥북에 아직 연구센터 스티커가 안붙은거 빼고는 거의 똑같습니다.
그런데 디테일한 면에서 매우 달라졌습니다. 첫째로 약간 뚱뚱해진게 보이는데, 이건 직접적으로 내부 여유도를 높였지 않을까 기대하게 해주더라고요. 물론 두꺼워진 키보드 탓도 있습니다만, 8코어를 풀로 계산을 돌리더라도 클럭 타협점이 얼추 3-3.5 GHz인것을 보고 이건 확실히 쓸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15.4인치와 미세한 스크린 차이인데, 각종 상태창에 올라온 내역들이 미묘하게 늘어난 부분들이 있습니다. 안그래도 최근에 바텐더 4에 들어가서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어서, 과감하게 바텐더 없이 사용하더라도 적당한 선 안에서 상태창 숫자를 제어할 수 있게 된것은 확실히 장점인듯 합니다.
스피커는 미묘한 수준으로 더 좋아진것 같습니다만, 아쉽게도 이전에 쓰던 2017년형과 비교가 불가능한게 2017년형의 경우 스피커에 문제가 있은지 1년쯤 되어서 음악을 틀고 금방 째지는 소리가 나오곤 해서 비교가 불가능하네요. 사실 2017년형 역시도 스피커의 만족도는 좋은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오래된 기억을 신뢰하기는 힘들겠지요.
터치바입장에서는 약간 반응성이 떨어진 느낌인데, 이는 늘 사용하던 방법대로 살짝 터치했을때 인식이 잘 안될때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기 자체의 특성인지, 현재 모델에서 터치바가 조금 바뀐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단점은, SSD에서 옛날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긁히는듯한 고주파소리가 가끔 들리는건데 검색해보니 의외로 해당모델에서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듯 합니다.
4-3. 각각의 디테일을 뒤로 한채 무엇이 정말로 달라졌는가?
예산의 범주와 기대의 범주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업무용으로면 고급형에서 기본이나 간단한 CTO정도라 생각합니다. 이 경우 기대할수 있는 일은, 결국 제가 기대하는 ‘대부분’의 일을 해낼수가 있는가. 이 경우 대부분은 결국 슈퍼컴퓨팅을 제외하고, 내부적으로 돌리는 계산들을 해낼 수 있는 머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덧붙여서 그것들을 준비하고 사용하는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것도 중요합니다. 이는 위에 언급한 의존성문제와 관련됩니다.
재미있는게, 맥을 시작하던 시점에 사용하던 스펙대비 지금 접근하는 스펙은 생각보다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는게 체감됩니다. 이는, 극단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제가 기대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맥 내에서 큰 무리없이 해낼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연구실에서 받은 인보이스를 보면 납품가가 얼추 2800유로가 조금 넘더군요. 이 가격으로 이정도 스펙에 (특히 32기가 램은 large sparse matrix계산에 중요한 장점을 보여줍니다) 기존에는 애매하게 워크스테이션에서 계산이 필요한 부분들까지 맥북으로 해결을 할수있다는 점은 매년 매년 시간이 지날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다시금 5년이상을 되돌아보니 그 누적된 가성비는 상당히 놀랍습니다. 이는 아마도 맥북만의 발전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그 발전속도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체 애플실리콘으로 옮긴다는 결정은 (현재까지는 매우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이주가 이루어지는 듯 합니다) 다시금 여러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에 언급된 2,3,4의 경우 디테일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종 납품가가 그 당시 기준으로 3000유로 전후로 형성되었습니다. 지금이야 맥북만 바꾸는 겁니다만, 새롭게 시작한다 셈치고 27인치 모니터에 외장하드를 추가하면 얼추 5천유로 전후로 셋업할수있는 가격입니다. 어차피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문제들은 이정도 가격으로 구입할수 있는 워크스테이션으로는 커버를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맥북프로/워크스테이션의 경계치에 서있는 문제의 규모가 아니라는 가정하에서는 추가 하드웨어 없이도 단독적인 연구수행의 능력이 있는 머신으로 가정해도 될 듯 합니다.
지금 새로 사용하는 2020년 (2019형) 맥북프로 대해 잘할수있는 일들을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수있는 머신인지에 대한 질문에 저는 간단하게 그렇다고 답할수 있습니다. 역시 시간이 지난다음에 어찌될지는 그 시점이 되어봐야 알 듯 합니다만, 지금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차이라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도의 ‘기초적’만족도는 매우 높지 않을까 지레짐작 해봅니다.
Leave a Reply